15.독도 논쟁
긴박했던 작전회의가 종료되고 각 함대 장성과 참모들이 해산하자 나카야마 사령관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아차(芽茶)를 마시고 있었다.
1온스 크기의 다도 잔이 바닥을 보이자 나카야마는 다시 잔을 채워 들었다.
“천천히 드시죠. 아차는 교투로의 첫 순을 말린 것이라 카페인 성분이 강합니다.”
목소리에 나카야마가 고개를 돌렸다. 언제 들어섰는지 하마모데가 등 뒤에 서 있었다.
“오, 하마모데씨! 어서 오세요.”
“명상을 방해 했다면 사과드립니다.”
“아니요. 잠시 저 바다 너머에 있는 다케시마 생각을 좀 했을 뿐이요.”
나카야마가 자리를 권하자 하마모데는 자신도 바다가 보고 싶다며 함께 창가로 다가섰다. 나카야마는 아차를 따라 하마모데에게 권했다.
하마모데가 물었다.
“다케시마에 대해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셨는지요?”
“허허! 쑥스럽게.”
나카야마는 털털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웃으시는 걸 보니 전쟁 생각은 아니었나 보군요.”
“그래요. 사실 거기서 일출을 바라보는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어요.”
“일출요?”
“누구 땅이기 이전에 워낙 아름다운 섬이라서........”
“그곳에 가 보신 적이 있나요?”
“물론요. 그곳 일출은 천하가관이요만 아쉬운 건 우리는 서쪽으로만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다케시마에서 해가 뜨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다케시마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싶다, 그럼 결국 그 섬을 차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맞는 거군요.”
“허허!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
하마모데는 천천히 찻잔을 드리우며 말했다.
“그런데 사령관님은 솔직히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뭘 말입니까?”
“다케시마 소유권 말입니다. 정말 우리 일본 땅이 맞다고 생각 하시는가요?”
나카야마는 흠칫 놀라며 하마모데를 바라보았다.
“당신 일본 사람 맞소?”
짧은 웃음을 내보이며 하마모데가 대답했다.
“워낙 근거가 부족해 보여서요.”
“무슨 근거가 부족하다는 겁니까?”
“저도 나름대로 사료들을 훑어보았지만 다케시마는 한국 영토라는 자료가 더 많더군요. 하물며 우리 일본 사서에서 까지요.”
나카야마도 어느 정도 하마모데의 말을 수긍하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도 동감하는 바요. 하지만......”
나카야마는 자신에 찬 눈빛으로 하마모데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너무 강열함에 부담을 느꼈는지 하마모데는 안경을 밀어 올리는 행동으로 나카야마의 눈빛을 피하며 말했다.
“하지만 뭡니까?”
“그 전에 내가 먼저 당신에게 하나 물어 보겠소. 북경은 누구 땅이라 생각하시오?”
“예?”
“지금 중국 수도인 북경이 누구 땅이라고 생각하느냐고요?”
다소 터무니없는 질문에 하마모데는 한참을 망설이다 대답했다.
“그야 당연히 중국 땅 아닙니까.”
“어째서요?”
“예?”
“어째서 북경이 중국 땅이라는 겁니까?”
도대체 어떤 답변을 얻기 위해 나카야마가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하마모데는 종잡을 수가 없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북경은 과거 칭기즈칸의 원나라 즉, 현재의 몽골 땅이었소. 지금도 몽골이라는 나라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니 몽골에서 북경을 자신들의 땅이라 주장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황당한 논리에 하마모데는 어설픈 웃음을 흘렸다.
“어찌 그런 터무니없는 말씀을........”
“그렇지요. 터무니없는 말이 분명 하지요?”
“그럼요.”
“그럼 다케시마는 어떻습니까?”
“뭐가요?”
“국제법상 지금의 다케시마가 누구 땅이냐 그 말입니다.”
“그야.......”
하마모데가 망설이자 나카야마가 먼저 결론을 내렸다.
“물론 일본 땅이라는 생각이겠지요?”
하마모데는 창틀에 찻잔을 내려놓으며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죄송합니다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 솔직히 한국의 소유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의외라는 듯 나카야마가 한동안 하마모데를 바라보았다. 하마모데는 자신의 소신을 재차 되뇌었다.
“전 개인적으로 과거에도 현재에도 다케시마는 한국의 영토가 맞다고 생각 합니다.”
나카야마가 자신의 찻잔을 채우며 말했다.
“이거 이야기가 재미있어 지는군. 그래, 어떤 근거로 그런 생각을 하는 겁니까?”
하마모데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보다 먼저 대화법에 대한 방식을 제안 드리고 싶군요.”
“대화법?”
“한국 속담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우리 일본 사람끼리 그 주제를 토론해봤자 결론이야 뻔히 정해진 것 아니겠습니까?”
나카야마는 하마모데의 말뜻을 이해했다.
“그러니까 우리 쪽 관점에서만 이야기 한다면 다케시마가 일본 땅이다라는 결론 밖에 내릴 수 없다는 그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건 그다지 생산적인 대화가 아닐 것 같습니다.”
흥미롭다는 듯 나카야마가 웃음소리를 냈다.
“그거 참 흥미로운 대화법이겠군요. 한일 두 나라의 본질적인 이해관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겠고. 그럼 분위기상 내가 일본 측 대표로 서야겠군요.”
“제가 지나치게 한국 측 입장을 대변한다 해도 국적을 의심하진 말아 주십시오. 허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마모데씨가 우리 일본 해군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계신데요.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먼저 하마모데씨가 다케시마가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시는 근거부터 말씀해 보십시오.”
하마모데는 크게 숨을 내쉬며 말문을 열었다.
“좋습니다! 우선은 일본에서보다 한국에 그 역사 자료가 풍부하다는 것이고요.......”
나카야마가 하마모데의 말문을 자르며 반문했다.
“그럼 우리 역사 자료에 나오는 근거들은 어떻게 해석하시겠습니까?”
“이거 초반부터 너무 강력하게 말문을 자르시는군요.”
“그래야 제대로 된 토론이 될 거 아닙니까. 허허허!”
“좋습니다. 사실 우리 역사책에 나오는 기록들이 한국의 사서와 상반되는 것 같으면서도 일맥상통하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렇습니까?”
“예를 들면 일본 사료에서 우리 막부정부가 울릉도와 다케시마 소유권을 가지고 그곳으로 고기잡이 나가는 어선들에게 허가증을 내 주었다고 적고 있는데 자국 영해에 조업을 나가는데 왜 굳이 허가증을 받아가야 했을까요?”
“흠!”
“한국 기록에 보면 그 당시 안용복이라는 어부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그는 어부 이면서 울릉, 우산 양도 감세관(鬱陵于山兩道監稅官)이란 직책으로 속이고 막부정부로 찾아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땅이니 일본 어선의 출입을 금지시켜달라는 요구를 해왔고, 막부 정부는 이를 인정하며 공문으로 그 사실을 적어 조선에 사과의 뜻을 전한 후 출어금지를 취하겠다는 각서까지 보냈다 하더군요.”
“그래서 다케시마가 자신들의 영토라 주장하는 한국의 고서와 그를 인정하고 그곳에 출어할 때 허가증을 발급했다는 우리 막부 정부의 내용이 일맥상통 한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다케시마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는 걸 인정했기에 허가서가 필요했겠죠. 마치 지금의 여권 같은 게 아니었을까요?”
나카야마는 한동안 고개를 끄덕여 댔다.
“일리 있는 말이군요. 그럼 나도 옛 사료에 관해 하나 물어 보리다.”
“그러시죠.”
“1779년 제작됐지만 경위선까지 정확하게 그려 학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일본 최고의 고지도인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엔 다케시마가 일본 영토인 것을 분명히 명시해 두고 있소. 하지만 한국의 최고 고지도라 평가 받는 대동여지도엔 울릉도만 표기되어 있을 뿐 다케시마는 표기되어 있지 않은데 그건 어떻게 생각 하시오?”
다시 하마모데가 반론했다.
“반대로 다케시마를 한국 땅으로 기재한 일본 지도도 많습니다. 한국점령기인 1936년 우리 일본국방성에 의해 작성된 일본육군측지측량도에도 다케시마를 분명히 한국 령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동여지도 같이 수작업으로 지도를 그렸던 당시 한국의 측량 기술이나 작도 기술로 자국 내의 모든 섬을 기재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고 봅니다.”
“좋소. 그건 그렇다고 칩시다. 하지만 측량 기술이 없다 해도 울릉도가 큰지 다케시마가 큰지 정도는 장님이 아니라면 알 수 있었을 것 아니오. 한국은 1530년 제작된 팔도총도라는 지도를 다케시마가 자신들의 땅이라는 주장하는 증거로 삼고 있소.”
나카야마는 한 권의 도서를 꺼내 들더니 거기서 고지도 한 장을 찾아 펼쳤다.

나카야마가 말했다.
“이 지도를 보십시오. 한국은 동해에 그려진 이 두 개의 섬을 두고 하나는 울릉도고 하나는 독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암만 측량 기술이 낙후됐었다고 한다 해도 독도가 울릉도와 비슷한 크기로 그려진 이 지도를 증거라고 내미는 걸 측량미숙으로 받아들여야 옳겠습니까?”
“그럼 한 개뿐인 울릉도를 왜 두 개로 그렸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고지도의 작도법에서 보면 자국의 영토를 과장되게 크게 그렸다든가 의미 있는 지역의 지도를 일부러 크게 그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리고 고려사지리지와 세종실록지리지에 보면 우산과 무릉 두 섬이 있다는 걸 분명히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그곳에서 대나무나 인삼이 많이 난다고 적혀 있어요. 그런데 나무 한그루 없는 다케시마에 인삼이나 대나무가 어디 있습니까? 결국 우산이나 무릉, 모두가 울릉도를 지칭하고 있다는 결론 밖에 내릴 수가 없어요. 그리고 울릉도 동쪽엔 지금도 죽도라는 섬이 있습니다. 그러니 두 개의 섬이란 바로 울릉도와 죽도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두 사람은 한동안 독도의 소유권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나카야마가 우파적인 입장에서 일본의 독도 소유권을 주장하는 반면 하마모데는 그에 대한 반론을 조리 있게 펼쳐 나갔다. 두 사람 모두 독도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겸비하고 있는 탓인지 토론의 균형은 팽팽하게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갑론을박을 한 소절 접으려는 듯 나카야마가 고풍스러운 담배 파이프를 꺼내 들며 불을 지폈다. 한동안 바다를 내려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던 나카야마가 다시 입을 열었다.
“돌아보면 다케시마, 더 큰 의미로 본다면 울릉도까지도 버린 건 바로 한국인들 그 자신입니다.”
“공도정책을 말씀 하시는 겁니까?”
“그래요. 한국은 조선 정권이 들어서던 시기에 이미 울릉도와 독도를 버렸습니다.”
다시 하마모데가 반론을 제기했다.
“공도정책을 펼친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를 파견해 감시활동을 해 왔으니 버렸다는 표현은 어패가 있군요. 그런데 조선 정부는 왜 그렇게 공도정책을 단행했던 걸까요?”
“그들의 사서에는 외세의 침략이 빈번해 그랬다고 적고 있지만 사실은 정치적인 이유지요. 이성계가 역성혁명으로 조선을 건국하자 이에 반발하던 많은 고려 관료들이 신변의 위협을 느껴 울릉도로 숨어들었습니다. 그 아들 태조 이방원이 이 사실을 알고 1417년 울릉도 주민 전체를 본토로 이주시키고 섬을 비우게 했습니다. 이른바 조선의 공도정책이 실시된 거지요.”
“얼마간이나 그 공도정책이 시행됐습니까?”
“조선정부가 1882년에 주민 140여명을 울릉도로 강제로 이주 시켰으니 무려 465년간 다케시마와 울릉도가 무인도로 남겨진 것입니다.”
“그러니 섬을 버렸다는 말이 나오게도 됐군요.”
이번엔 하마모데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했다. 하마모데의 수긍에 나카야마의 목소리가 더욱 자신감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일본 정부는 달랐습니다. 1618년에 오타니(大谷),·무라카와(村川) 두 사람이 표류하다 무인도인 울릉도를 발견하곤 막부정부에 신고한 후 개발권을 얻어냈지요. 그 이후로 우리 일본 사서에 이 두 섬의 이름이 자주 기록되게 되었고 400년이 넘도록 우리가 그 두 섬들을 관리해 온 겁니다. 그걸 더욱 명확히 해 두기 위해 1905년 마침내 다케시마를 우리영토로 선포하고 국제 사회에서 그걸 인정받은 겁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해서 남의 나라 영토를 자국 땅으로 영입한다, 그건 좀 모순이 있군요. 그리고 1905년에 다케시마를 일본 땅이라 발표했다면 그 이전엔 디케시마가 일본 땅이 아니었다는 것을 스스로 자백하는 처사가 아닙니까?”
“그렇다고 그 이전에 다케시마가 한국 영토라는 증거도 없지 않습니까? 지금 한국에서 주장하는 모든 사료는 독도가 아닌 울릉도에 관한 기록인 것을, 한국 정부는 그걸 억지로 독도 사료로 끼워 맞추고 있는 것뿐이요.”
하마모데는 나카야마가 펼쳐 둔 책장을 뒤지며 어떤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여기 있군요.”
나카야마가 관심을 표하며 다가섰다.
하마모데가 펼쳐 둔 내용은 명치10년(1876년) 내무성 공문록이란 책자였다. 나카야마가 그 내용을 물어왔다.
“그게 뭡니까?”
“1876년 일본 내무성 공문을 모아 둔 사료입니다. 자, 여길 보시죠. 1876년 3월 17일 일본 내무성에서 지도를 편찬하기위해 시네마현에 다케시마가 일본 땅이 맞느냐고 공문으로 질의 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 3월 29일 시네마현에서 그곳은 일본 영토가 아니라는 내용을 역시 공문으로 답신했습니다. 여기 그 공문 내용이 소상하게 적혀 있군요.”
말문이 막히는지 나카야마는 한동안 침묵했다.
“그것 참, 할 말 없게 만드는 공문이구려. 하지만 어쨌든 다케시마 문제는 역사적인 요소보다 현대의 국제법이 더 중요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걸 알아 두시오.”
“국제법이라 하시면?”
나카야마는 담배연기를 길게 늘어뜨렸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산업혁명으로 무기와 항해술이 눈부신 발전을 이룬 원동력을 이용해 세계 강대국들은 식민지 개척과 임자 없는 땅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른바 제국주의의 등장이지요. 하지만 그들 상호 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원칙이 필요했어요. 그게 바로 무주지선점론이란 약정이지요.”
“임자 없는 땅은 먼저 차지한 사람이 주인이라는 그 논리 말이군요.”
“그래요. 하지만 거기엔 세 가지의 전제조건이 따랐습니다. 첫째 일정기간 주인이 없는 무인도 일 것, 둘째 영입 의사를 가진 나라가 그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포해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을 것,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그 지역에 대한 실효적인 점유와 개발 사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충족 조건을 한국보다는 일본이 더 갖추었다 그 말씀이시군요.”
“그렇소. 우리 일본은 이미 4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다케시마를 경영해 왔고, 1905년 그 섬을 일본 영토라 국제사회에 공포해 인정을 받았으며, 그 해 독도 정상부에 망루를 지어 러일 전쟁에서 요긴하게 이용했습니다. 그만하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 것 아닙니까?”
“그럼 당시 조선 정부에서도 그걸 인정 했습니까?”
“물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조선 정부에서는 우리의 그러한 의도를 알고 1900년 이미 칙령으로 독도가 조선의 땅임을 공포했습니다.”
“그럼 우리보다 5년이나 빠른 거군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조선 고종의 칙령은 말 그대로 국내 통치용 왕명이었을 뿐 국제 사회엔 아무런 효력이 없어요.”
“염연한 자국 땅을 굳이 국제 사회에 공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겠지요. 그리고 그 당시는 이미 조선은 주권을 일본에 빼앗긴 시점이 아니던가요?”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한국이 먼저 공포했느냐 일본이 먼저 공포했느냐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요?”
“당시 세계 모든 제국주의 국가들이 그러한 형태로 무인도를 점령해 자국 령으로 편입했고 그 효력이 아직까지 유효하다는 겁니다.”
“그럼 국제법상으로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게 아직 유효하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하지요. 우리 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국제사법재판소에 상정되면 일본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말이군요.”
“바로 그겁니다. 또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게, 만약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독도의 일본 영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그 당시 같은 방법으로 세계의 많은 섬들을 차지한 국가들 모두가 그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핸디캡이 있는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1894년 하와이를 자국의 땅으로 편입한 미국도 하와이 소유권을 내놔야 할 것입니다.”
“그 때문에 한국 정부의 독도 대응 전략이 무대응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군요.”
“그래요. 이미 독도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괜한 분쟁을 만들어 그 안건을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지고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안건을 사법재판소로 가지고 갔다간 자칫 질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겁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 일본은 지속적으로 다케시마에서 분쟁을 유발 시키려 노력해 왔고 한국 정부는 그걸 아예 무시해 버리는 무대응 전략으로 맞서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번 분쟁으로 오히려 난처한 건 한국 정부겠군요?”
“맞습니다. 역으로 생각하자면 우리 일본에겐 아주 좋은 기회지요. 전쟁 없이 이대로 분쟁 상대만 유지하다가 국제사회의 압력을 빌미로 이 안건을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면 되는 겁니다.”
한동안 상황을 정리하던 하마모데는 다시 역사적 관점 논쟁을 펼쳤다.
“하지만 다케시마의 경우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소유권을 인정받은 여타 섬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조선 정부가 외세의 힘에 무너진 시기에 우리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공포했다면 그건 카이로선언에 위배된 사실 아닙니까? 카이로 선언에서는 강제로 점령한 땅의 소유권을 모두 자국에 반환하는 걸로 되어 있지 않습니까?”
“일본이 독도의 소유권을 공포한 건 한일합방 5년 전인 1905년의 일입니다. 즉 조선 정부가 존재하던 시기라는 겁니다. 따라서 강제점령이 아닌 조선 정부가 있던 시절에 일어난 일이므로 국제법상 카이로 선언의 반환 대상이 아닙니다.”
“강제 점령한 땅이 아니다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청일 전쟁이후 일본은 이미 조선 내에 많은 군대를 파병해 두고 군권을 장악하고 있었고 1904년 1차 한일의정서 체결로 조선의 재정권과 외교권을 박탈했지 않습니까? 그런 상태에서 조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독도 영유권을 발표한 게 강압적인 점령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면 어불성설이겠죠.”
“사실 카이로회담 후 한국이나 일본 모두 독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협약 말씀이군요.”
“그렇소. 그때 연합국에서 독도 소유권을 명확히 규정 했더라면 오늘날 이런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당초 연합국은 다케시마를 일본이 강제로 점유한 한국 땅으로 인식하고 카이로협약에 근거, 다케시마를 한국 영토로 발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일본 정부가 강력히 항의하자 그 섬을 우리 땅도 한국 땅도 아닌 중간수역으로 방치해 버린 겁니다.”
“정부 구성도 안 된 해방직후의 한국으로 선 항의조차 못하고 독도 소유의 기회를 잃고 만 거군요.”
어느덧 노을이 깃들고 있었다.
토론이 한없이 길어지자 나카야마는 토론 중단을 제안했다.
“자! 이제 그만 합시다. 여기서 우리끼리 이야기해서 결론이 날 일이라면 오늘의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겠지요.”
열띤 토론을 벌인 탓인지 두 사람은 냉수를 찾았다.
나카야마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으며 물었다.
“그런데 사이버전쟁의 양상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습니까?”
“힘듭니다. 세계 각국에서 지원하는 중국인의 인해전술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대단 하십니다. 혼자서 한,중,대만 3개국을 상대하고 계시다니.”
“혼자긴요. 저희 사이버부대 요원이 5천명이나 되는데. 그런데 재미있는 건 지금의 분쟁 양상이 어떤 한국인의 지략에서 비롯됐다는 겁니다.”
나카야마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그럼 왜 그 사람을 방치해 두고 있는 겁니까?”
“고양이가 쥐를 쫒을 때도 도망갈 구멍은 놔두고 쫒으라 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방치해 두고 있다 그 말씀인가요?”
“전 지금 그 사람과 바둑을 두고 있습니다.”
“그것 참 모를 말이군요. 그런데 참, 한국에 대해 대대적인 사이버공격을 감행할 예정이라면서요.”
“그건 단지 응수 타진을 위한 수순에 불과한 겁니다.”
“그럼 실제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말입니까?”
“아직은요. 하지만 때가 되면 수위를 높여가며 가공할 공격을 퍼 부을 겁니다.”
“그 가공할 공격이라는 게 어떤 겁니까?”
“마이크로 웨이브파 공격입니다.”
“마이크로 웨이브파라는 게 뭡니까?”
“초단파 무기죠.”
“초단파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겁니까?”
“그럼요. 가장 대표적인 게 레이더입니다.”
“레이더는 공격용 무가가 아니잖습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개발한 마이크로 웨이브파는 공격용 무깁니다. 그것도 엄청난 화력을 지닌.”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전자레인지 아시죠?”
“물론요!”
“뜨거운 열을 공급하는 것도 아닌데 그 안에 음식물을 넣으면 어떻게 음식이 뜨거워질까요?”
“안 그래도 그게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 안에 혹시 쇠그릇을 넣어 본 적 있습니까?”
“우리 애들이 어릴 때 그런 적이 있었소만.”
“어떻게 되던가요?”
“불꽃이 펑펑 튀더군요.”
“그게 바로 마이크로 웨이브파입니다. 인체엔 영향을 끼치지 않고 음식을 데우지만 금속성 물체를 만나면 스파크가 일어나게 되죠. 만약 전자레인지 안에 컴퓨터를 넣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물론 불타버리겠지요.”
“그렇습니다. 그 마이크로 웨이브파를 발사하면 영향 반경 내의 모든 컴퓨터 및 전자기기는 불타게 됩니다.”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마이크로 웨이브파를 어떻게 발사한단 말입니까?”
“이미 한국 땅에 수 백 만개의 발사 장치를 설치해 두었습니다.”
“아니 언제요? 지금 한국은 경계가 삼엄할 건데 그게 가능하던가요?”
“예! 한국 정부, 아니 한국전력에서 도와주더군요.”
“난 무슨 말인지 통........”
“두고 보십시오. 포탄 하나 쏘지 않고 한국을 초토화 시킬 테니까요.”